사전지식

[1] 아파트의 월세, 전세, 매매란?

[2] 거주가치의 이해 1: 자본환원율

[3] 거주가치의 이해 2: 월세상승률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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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토지가치에 대해 살펴보는 첫번째 글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토지가 어떤 가치를 갖는지를 개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우리는 앞서 [2]와 [3]에서 거주가치에 대해 살펴보면서,

단순히 월세수익률만을 매매가격의 변수로 보는 것이 아닌,

월세상승률이 매매가격에서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한다는 점을 자본환원율이라는 개념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는 매매가격에서 숨어 있는 토지가치에 대해 살펴보려 하며,

이를 통해 추상적이기만 했던, "지주가 어떻게 부자가 되는가?"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이해를 이후의 여러 글들을 통해 하고자 합니다.


1. 신축 월세가격의 상승과 M2와의 관계

왼쪽은 2011년식 신축 A아파트의 2013년 월세 KB시세, 

오른쪽은 2018년식 신축 B아파트의 2019년 월세 KB시세입니다. 

두 아파트의 입지는 거의 비슷합니다.

2013년 1월에 145만원이었던 월세가 2019년 12월에는 220만원으로,

7년간 신축 아파트 월세 시세는 50%정도 상승하였습니다.




아래는 앞선 글에서 살펴본 M2 자료입니다. 

통화량 증가율을 살펴보기 위해 가져왔습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년간 M2는 46.1% 증가하였습니다.

이상적으로는 M2와 물가가 장기적으로는 2~3년의 시차를 두고 y=x의 관계를 띄어야 하는데,

최근 30~50년정도는 M2 상승률을 물가상승률이 못쫓아가고 있습니다.

(참고: [보충] M2와 인플레이션, 매매와 월세)


즉, 이전에 살펴보았던 고정된 A 아파트의 월세 시세 상승률은 아파트가 낡아감에 따라 거주가치 감가율로 인해 M2보다 적게 상승하지만,

저렇게 같은 입지의 신축아파트의 월세 상승률로 따져보면, 거주가치 감가율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통화량 증가율과 흡사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2010년의 신축 월세와 2050년의 신축 월세 가격은 40년의 통화량 증가율과 비례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 40년 사이의 여러 외부 변수가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는 가정하에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인구 감소나 미래 아파트공급량이 변수일 수 있습니다. 인구는 감소하고 공급량도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배후 수도권 위주로 살펴봐야 합니다.)



2.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월세

투자자의 입장에서 내가 보유한 아파트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새로 지어지는 신축과의 월세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합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신축은 통화량증가율과 비슷하게 매년 상승하는데,

내가 보유한 아파트의 월세는 그정도로 오르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자본환원율은 통화량증가율을 결코 넘을 수 없습니다.

(일시적으로는 가능할지 모르나, 길게보면 엄청난 공급가뭄이 아닌이상 넘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게 되면, 슬슬 다음과 같은 고민을 하기 시작합니다.

"지금 집을 부수고 새로 지으면, 신축 월세 가격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제 건축비를 비롯, 부수고 새로 짓는데에 소요되는 총 사업비(A)와,

새집으로 지었을 때의 예상 총 임차료의 현재가치(B),

그대로 두었을 때의 총 임차료의 현재가치(C)를 비교해서, 

(A)<(B)-(C)가 성립하면 집을 부수는 결정을 하지 않을까요?



3. 예시를 통한 토지가치의 이해

현재 송파구 국민평수(33평형) 신축 월세는 무보증금 기준 350정도 하는데,

대강 월세 1년치를 4000만원으로 가정하겠습니다.

(200만원은 집 수리 등 유지보수비용으로 가정)

또한 현재 송파구 40년차 아파트의 월세는 무보증금 기준 160정도 하는데, 

이것 역시 1년치로 환산하여 1800만원으로 가정하겠습니다. (120만원은 유지보수비용)

통화량 증가율을 매년 4%, 40년간 평균 월세 상승률을 매년 2%로 가정합니다.

(신축 아파트 월세 350에 40년차 아파트 월세 160이라는 가정하에 유사하도록 임의로 값을 정해보았습니다.)


40년차 아파트의 입장에서 1:1 재건축 여부를 고민중에 있다고 가정합시다.

재건축시 동일한 면적을 받는다고 가정하도록 하겠습니다.

재건축을 하는 것이 얼마나 더 이득이 될까요? 


(A) 1:1 재건축시 소요 비용 (이후 칼럼에서 자세히 다룰 예정, 지금은 총 비용에만 초점!)

평당 건축비 (현재 기준)0.08억
총 건축비 (공급면적 33평형의 계약평형은 약 54평임)0.08×54=4.32억
사업비 (건축비의 약 25%)1.08억
멸실 기간동안의 월세 수익 기회비용 (40년차 월세 150, 멸실기간 5년 가정)0.18×5=0.9억
취득세 (공사원가의 2.96%)0.1억 (대충 계산함)
총 비용4.32+1.08+0.9+0.1=6.4억


(B) 신축 아파트의 거주가치 계산

첫해 월세 1년치0.4억
매년 통화량 증가율 (=매년 완공되는 신축 월세 상승률이라 가정)4%
평균 연간 월세상승률2%
자본환원율(4-2)%=2%
거주가치0.4/0.02=20억


(C) 재건축을 하지 않을 경우 40년차 아파트의 남은 거주가치 계산

40년차 아파트의 첫해 월세 1년치0.18억
매년 통화량 증가율4%
평균 연간 월세상승률 (아래 주석 1 참조)1%
자본환원율(4-1)%=3%
거주가치6억

주석 1. 신축보다 40년차 아파트의 월세상승률이 낮다. 그 이유는 연차가 찰수록 월세상승률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3] 거주가치의 이해 2: 월세상승률의 비밀 에서 이미 언급한 바 있다.

또한 신축은 2%, 40년차가 1%라는 두 수치 역시 그냥 이해를 위해 임의로 설정한 것이다.

실제로는 KB시세와 통화량증가율을 모두 참조하여 동일 입지 아파트의 장기 측정이 필요하다.



대강 (A)<(B)-(C)임이 명백하니, 재건축을 하는 것이 유리하지요?

정비사업을 하는 것(20-6.4=13.6억)이 안하는 것(6억)보다 13.6-6=7.6억이나 이득을 더 본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리고, 건축비용은 평형에는 비례하나 거주 위치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강남에 30평대를 지으나 지방에 30평대를 지으나, 건축비가 거의 비슷합니다.

즉, 입지가 좋을수록 신축 거주가치가 높을테니 정비사업은 무조건 더 남는 장사일수밖에 없습니다.

지방 대비 강남이 훨씬 높은 거주가치로의 부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방은 월세 대비 매매가격이 비교적 저렴한데,

서울은 월세 대비 매매가격이 매우 비싼 것 역시 이를 통해 어느정도 이해가 되실 것입니다.


이러한 정비사업이 가장 대표적인 토지의 가치입니다.

멸실 직전 40년차 아파트의 이상적인 매매가격은

신축 거주가치 - 소요비용 - 매입시 취득세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건축 과정에서는 보통 일반분양으로 인한 매출이 생기며,

1:1 재건축도 소유 면적이 늘어서 거주가치가 올라갑니다.

수평증축도 실제로 면적이 늘어서 거주가치가 올라갑니다.

즉, 지금의 정비사업은 소요비용이 줄고 이전보다 거주면적이 넓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20억 - 6.4억 - 취득세 수준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고,

위에 언급했던 이득에 따른 가격 추가가 필요합니다.



4. 무주택자가 아파트를 매수한다는 것의 의미

송파구에 국민평수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은 아주 러프하게 이야기하면,

40년마다 진행될 정비사업의 이득 + 현재아파트의 40년차까지의 임대사업의 이득을

위한 투자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내가 매수한 주택에 내가 산다고 하더라도 결국 임대사업의 이득에

대한 기회비용일 뿐이고, 나머지 정비사업의 이득은 40년마다 고스란히 취할 수 있습니다.

1주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은 상당합니다. 40년정도 내야 자산의 5~6%정도

납부하는 수준입니다. 결국 외부 요인이 고정된다면,

적정가에 매수할 때 매우 훌륭한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의 관건은 결국 미래의 통화량 증가율과 월세상승률입니다.

통화량 증가율은 장기간의 평균 금리와 깊은 반비례 관계에 있으며,

월세상승률은 대단히 복합적인데,

[3] 거주가치의 이해 2: 월세상승률의 비밀 을 참조하시고 여기에 덧붙여 아파트의 수요와 공급 문제도 일부 포함됩니다.

수요와 공급에 대해서도 나중에 칼럼에서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5. 결론

아파트를 산다는 것은 40년마다 주택을 낳는 공장을 하나 샀다고 생각하면 무난합니다.

1주택자만 되더라도 집을 가지고 사업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글만 살펴보더라도,

"월세수익률이 4%에도 못미치니 매매가가 거품이다?"

와 같은 이야기가 얼마나 단순한 이야기인지를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거주가치와 토지가치, 세금을 전부 산출하여 정밀하게 매매가를 판정하지 않고는 매매가의 거품 이야기를 쉽게 거론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지금의 집값이 저렴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만약 거품이 있다면 어느정도 거품인지는 알자는 뜻입니다.

주식도 PBR이나 PER, ROE이나 부채비율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데,

부동산을 단순히 감으로만 접근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전혀 공부도 없이 막연하게 주변의 심리나 한두개의 통계자료만 가지고 전체를 설명하고 예측하려는 우를 범하면 곤란합니다.



지금까지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를 했지만 나중에 자세히 다시 되짚을 것입니다.

이 글에서는 예시만 살펴보고 소개하고자 하는 의미로 작성하였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정비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면서 보다 실재적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재건축 소요 비용에 대해서도 상세히 살펴보고,

토지가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