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서울 아파트가 비싸다고 하십니다.

가격이 비싼 것에 비해, 아파트의 모습 자체는 지극히 평범한 주택처럼 보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은 봉천동 아파트 안좋게 생각하고 고려대 학생들도 보문이나 안암 근처 동네 아파트를 안좋게 생각합니다.

낙후된 동네에 저런 아파트엔 나는 안살꺼다 다짐하며 공부하는 대학생들 많습니다.

대체 저렇게 평범해보이는 아파트는 왜이렇게 비싼거지? 10억? 내가 회사다니면 평생모아도 안될것 같은데...

통계자료를 보면서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서울 아파트 중위 소유자는 상위 몇% 아파트를 소유한 것일까?

다음은 밸류쇼핑에서 조사한 전국 8대도시 아파트 중위값 전수조사 자료입니다.

실거래 데이터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의 중위값은 10억 5500만원입니다. 

실거래가 오래 전에 되서 아직 상승분이 반영안된 곳도 많아, 대략 11억으로 보정하려 합니다.

(KB부동산에서 확인해보니, KB시세 기준 서울 중위값은 11억정도입니다 - KB부동산 월간통계 참조)



중위값이라 하면, 위에 서울 아파트 총 호수가 158만호 정도가 되니, 상위 79만호 정도로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경기도 및 지방에도 서울에 비해 극히 수가 적긴 하지만 11억 이상의 아파트가 있어, 이를 6만호 정도로 산정하면 85만호로 따져볼 수 있겠습니다.

통계청에서 2021년에 조사한 가구당 인원수는 2.34명입니다. 그래도 이건 오피스텔까지 포함한 통계이고 비싼 아파트는 아무래도 좀 넓을테니까

넉넉히 3명정도로 산정하겠습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산 10분위의 평균 가구당 인원수는 2.96명입니다.)


서울 아파트 소유주 중에는 다주택자가 있습니다. 아래에서 거주지역 및 소유물건수별 구성비를 살펴보면,

서울은 약 84.8%가 서울 내 1주택 보유자이며, 서울 내 2주택 이상 보유자가 15.8%입니다. 

따라서 대략 85만호를 소유한 사람의 수를 75만명정도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계산해봐도, 전국에 11억 이상 아파트 소유자의 가구에 포함된 인원수는 200만명을 약간 넘는 수준입니다.

전국민의 4%정도입니다. 


서울대 학생들이 관악구 하면 생각하는 대표적인 아파트가 관악드림타운입니다.

(제가 서울대 대학원생이기 때문에 자꾸 관악구, 서울대 이야기를 해서 죄송합니다 ㅠㅠ

실제 주변 인식에 대한 언급이니 혹시 입주민께서 보신다면 너무 노여워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여기 109/84제곱 국민평수 실거래가 최댓값이 최대 11억 5500이였고, 현재도 10억 5000~11억 사이에서 호가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즉, 여기 소유하면 말 그대로 상위 4%라는 것입니다. 수능으로 치면 1등급인 셈이죠...

그냥 여러분들이 서울에서 지나가다가 무심결에 보게되는 고층 대단지 아파트에 살면, 그게 평범한게 아니라 상위 4% 이내에 대부분 들어옵니다.


그래서 사실 저는 평범한 소득의 사람들이 "서울에 방3개 화장실 2개 지하주차장이 아파트와 연결되어 있는 계단식 아파트"를 마음대로 "평범한 아파트"로 규정하고,

서민들이 월급을 모으면 여기를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건 마치 수학 1등급을 누구나 누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2. 상위 4%의 가구소득은 어느정도인가?

2021년 KOSIS에서 발표한 가구당 10분위 (상위 10%) 월소득입니다.

아래 표에서 10분위 평균월소득이 12,617,539원이고, 연환산시 약 1억 5100만원정도가 됩니다.

밑에 p90 (10%경계 월소득)에서 정확히 상위 10%의 월소득이 8,778,353원이고, 연환산시 1억 500만원입니다.

p90의 값이 상위 20% 평균월소득에 비해 약간 더 크고, 이를 바탕으로 보았을 때 p5 (5%경계 월소득)은 1억 5100만원보다 조금 작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p4의 값을 대략 1억 5천만원 정도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즉, 세전 연봉 1억 5천을 버는 가구의 비중 = 서울에 중위가격 아파트를 소유한 가구의 비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대략 부부가 맞벌이를 통해, 세전 연봉 1억 5천은 버는 집이 되야 서울 중위 아파트를 살만한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가졌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평균적인 의미입니다. 지금처럼 좀 비싼 시기에는 버거울 수도, 2014년처럼 저렴한 시기에는 보다 수월할 수도 있습니다.)


3. 결론

서울 중위 아파트는 약 상위 4% 수준의 아파트로, 연봉 1억 5천의 소득을 가진 사람과 그 비중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평범한 것이 사실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만약, 본인이 딱히 가진 자산이 없으며 물려받을 자산도 없다면,

그냥 평범한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서 돈버는걸로 땡한다면 서울에 중간 이상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우며,

그게 가능해야 "정상이다" 또는 "옳다"고 볼 수 없습니다. 통계상 말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월급쟁이가 노력해서 돈을 모으면 서울에 평범한 아파트 한채 정도는 가질 수 있어야 된다는데,

서울에 평범한 아파트 한채 = 상위 4%니까 이런 편견은 빨리 깨야 한다는 이야기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 시기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입니다. 행여나 집값이 폭락하더라도 상위 4%의 거주 가치이기 때문에 하방이 튼튼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무언가 투자를 해서 돈을 뿔리거나, 금융소득이 있거나, 그거에도 자신이 없다면 퇴근해서 디지털노마드라도 해야,

사람들이 생각하는 "평범한 거주"(서울에 방3개 화장실 2개 지하주차장이 있는 아파트)가 가능합니다.



이 글을 쓴 목적은 사실 평범한 것이 평범하지 않다는걸 보여주기 위해서 쓴 글입니다.

아파트에 살아야된다는 생각에서 탈출하거나, 그것이 싫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뿔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