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짤막한 잡담적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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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학교 선생님들을 많이 만날 기회가 생깁니다.

갈수록 적게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이상하게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선생님들은 대체로 여러가지 이유에서 현재 교사가 아닌 사람들에게 교사라는 직업을 권하지 않는 편입니다.

뭐 이 부분은 아마 고소득 전문직 빼고는 다 마찬가지 현실이지 않을까 생각되긴 합니다.


다만 여기서 교사를 권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눕니다.

하나는 월급이 적다는 점입니다. 뭐 이 부분은 모두가 잘 아는 현실일 것입니다.

또 하나는 교사의 권위가 과거에 비해 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나,

자신의 교육 이념보다는 제도나 요구에 이끌릴 수밖에 없다는 등과 관련된 이유들입니다.

두번째 부류의 주장을 하시는 분들은, 

받는 월급이 적다고 이야기하긴 하나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위에서 거론한 교사라는 직업의 큰 단점들을 거론합니다.


그런데  "자신의 교육 이념대로 수업할 수 없는 것 / 권위가 없는 것"은 학원선생님이 더 크게 느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결국 학원이라는 사교육은 자본주의를 절대로 거스를 수 없고,

많이 팔리는 것이 옳다고 여겨지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대개 자본주의의 원칙은 틀리지 않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자신의 교육 이념과 같은 옳고 그름이 명확치 않은 것을 추구하게 되면 사실 종국에는 자괴감과 고통만이 남습니다.

처음에는 자유도가 높은 사교육에 도전하면서 자신의 진심이 학생들까지 전달되는것 같아 보여도,

결국 시간이 흘러 살아남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반면 공교육은 이런 측면에서 보다 자유롭다고 생각됩니다.

내가 내마음대로 수업을 해도 짤리는 경우는 잘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학부모의 민원이 들어오는 일도 있겠지만, 돈내고 수업듣는 학원선생님에 비해 학교선생님에게서의 요구치가 더 낮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럼에도 사실 불만은 교사가 제일 많습니다. 

그 불만은 대체로 교사라는 직업의 이상적인 상황을 설정해놓고, 그것과 다르다는 식으로 접근합니다.

그리고 그 불만을 가진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월급을 두배 세배 올려줘도 해결이 안될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저는 월급을 2배 3배 올려주면 위에서 거론한 문제들은 사실은... 많이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명확히 표현하자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직업의 "애환"이 직업의 "단점" 정도로 치부되어 "원래 그런 직업이지" 정도로 넘어갈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가장 중요한 진짜 큰 문제들 위주로만 공론화되고 해결책을 찾으려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최근 뉴스에 부사관, 장교의 애환이나 부조리 (예컨대, 당직근무시 고작 수당이 1만원) 등이 병사에 비해 부각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불만은 당직수당을 10만원으로 올려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더 빠른 해결책은 당직근무수당은 1만원으로 두고 부사관 및 장교 월급을 2배로 올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소위 말해 직업에 대한 "분노"를 직업의 "단점"으로 바꿔줌으로써,

많은 문제점들을 가려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윤일병사건 등 병사의 부조리가 언론에 많이 부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사실 병영문화가 많이 개선됐지만, 지금도 현역 군인이 부조리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 방면으로 여건을 개선해보려 하고 있으나,

어차피 사람이 모인 이상 사건은 늘 터지며,

단순히 짬으로 계급장을 주는 현역 시스템상 작든 크든 모순이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그 모순을 해결하는 가장 쉬운 방법인 병사의 월급을 늘림으로써,

병사에 대한 안좋은 뉴스는 최근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돈 자체가 기쁨이 되어서 부조리가 줄어들기도 할 것이며,

누군가에게는 돈이 기쁨까지는 아니지만 집단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취급받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지금도 사실 과거와 비슷한 크고 작은 부조리가 많이 벌어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작은 부조리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거론되지 않는 분위기가 더 커질 것이라 봅니다.

매달 입금되는 돈의 액수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모순이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모순은 그대로 있지만, 돈이 그것을 가려주는 것입니다.


이것은 좋은 현상일까요?

사실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장점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제가 생각하는 큰 장점은,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가는" 일이 줄어들게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어떤 직업의 분노와 불만은 때로는 조금 멀찍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군가와 다툼이 있어 고소하는 사건이 있다면, 처음에는 분노로 고소를 하지만,

재판까지 너무 오랜기간이 걸려 결국 마지막에는 사실관계와 변호사비용, 한(恨)이 남는것 같습니다.

멀찍이서 보면 훨씬 객관적으로 사건을 다루게 되는 것처럼,

일단 돈으로 자잘한 문제점들을 잠시 미봉해둔다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선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다시 교사의 사례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학부모들과 학생들은 교사의 교육방식보다는 공교육이 자신의 기득권 획득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되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의 이기심이 일종의 인간의 유전자에 의한 당연한 본능이라면,

이들의 견해와 교사의 견해, 국가의 견해가 모두 골고루 반영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가장 나은 해답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교사의 처우가 좋지 않으면 이들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게 되서 교사의 견해만 강하게 반영되고,

학부모나 학생은 공짜로 받는 교육이니 "맘대로 해라 우리는 돈많으니까 학원 다닐꺼다" 는 식으로 대응하다면,

교육정책이나 학교교육은 더 산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사실 교사의 월급이 두배가 되면, 무언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 학교 선생님들이 거론하는 교육문제중 상당수는,

이상하게도 해결되는(?) 모양새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교사의 권위는 더 높아질 것이며, 학생들도 이상하게 학교 수업을 더 열심히 듣게 될 것입니다.

실제로 더 열심히 들을까요? 사실 그건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열심히 듣는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면, 집단의 불만 표출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쉽게 변해서, 조금 사소한 것으로 나 혼자만의 불만이 있다면 그것을 합리화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복잡한 논쟁거리들 중 사실 정말 중요한 것들만 남으면서,

보다 더 국가와 교사, 학생, 학부모가 모두 본질적인 교육에 좀더 집중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직업이 돈을 더 받을 수는 없으니까, 월급을 올려야 한다고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공무원 집단에 돈을 더쥐어주는 것에는 무언가 비효율적인 측면부터 떠오르면서 거부감을 갖는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단지 글 제목대로, 직업에 대한 사회적 모순은 사실 돈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하는,

모든 문제를 자꾸 본질적으로 파고들려는 사람들에게는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혹시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는 사람이고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이라면, 

그 불만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대신, 나에게는 이정도의 열정과 능력이 있으니,

자신이 돈을 좋아하던 말던, 돈을 더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누스에 너무 글이 안올라와서, 어쩌면 좀 자극적인 내용의 글을 쓰게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위의 내용이 100% 제 견해는 아니며, 일관된 내용 흐름을 위해 일부 가공했습니다.

애초에 이 글이 제 생각이라기보다는 그냥 이런 소재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는게 어때 라는 정도의 생각으로 글을 쓴 것입니다. 

만약 읽는 분들께서 뭔가 치우쳐진 느낌이 든다면 글쓴사람이 부족하겠거니 생각하시면서 읽는분들께서 적당히 무게추를 중앙으로 옮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