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99.9%의 뇌피셜이므로 반박시 님 말이 맞...이 아니라 그냥 알아서 걸러서 읽으시기 바란다. 그리고 직감과 직관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모두 직관으로 통일해서 사용하기로 한다.


사전적으로는 '감각, 경험, 연상, 판단, 추리 따위의 사유 작용을 거치지 아니하고 대상을 직접적으로 파악하는 작용'으로 정의되어 있는 단어로, 단계를 밟으며 연역적 혹은 귀납적 추론을 하는 논리와는 달리 이러한 단계없이 순식간에 내려지는 어떠한 결론 혹은 판단 등을 의미한다. 유독 수학 과목에서 논쟁의 주제로 자주 거론되는데, 특히나 미분과 관련하여 그래프 위주의 학습과 문제풀이에 대한 회의를 갖는 시선이 있다. 이들의 주요 주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파악한 내용들로는 다음과 같다.

1. 인간의 직관에는 분명 구멍이 있다. ex) 도함수의 극한과 미분계수의 정의

2. 직관에 의존하는 것은 논리력에 취약점을 보일 수 있다.

필자가 직접 경험하거나 여러 수학멘토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나름대로 정리하는 글인 만큼 글이 다소 편향되어 있을 수 있음을 미리 밝혀둔다.



저 논쟁을 직접 다루기에 앞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수학적 직관은 두 부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석적 직관과 대수적 직관이 바로 그것인데, 아마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어느정도 공감할지도 모르겠다. 해석적 직관이란, 미분과 적분을 비롯한 어떤 함수들을 분류하고 모아놓은 집합을 이해하는 직관을 의미하고, 대수적 직관이란 어떤 주어진 연산에 대하여 닫혀있는 집합을 이해하는 직관을 의미한다. 전자의 경우, 특정 정의역에서 도함수가 연속인 함수들의 집합, 이계도함수가 존재하는 집합, 적분값이 발산하지 않는 함수들의 집합 등등을 주로 다루고, 후자의 경우에는 정수 집합, 유리수 집합 등등에 대해 다룬다.

미분과 적분을 배운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정의부터가 다분히 기하학적이다. 미분계수는 접선과 연관성이 있고, 적분은 넓이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하지만 정수론을 공부한 사람까지는 아니더라고, 자연수의 성질을 공부해보면 알 수 있듯이 최소공배수, 최대공약수를 비롯해서 덧셈과 곱셈에 대해 닫혀있는 자연수라는 집합, 그리고 그와 관련된 여러 정의들과 개념들을 기하학적으로 이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는 수학 단일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딴 사람으로 본인과 주변 동기 및 선후배, 교수님들 등등을 관찰해본 결과, 해석적 직관과 대수적 직관을 모두 갖고 있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물론 해석적 직관을 가진 사람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대수학과 관련된 과목에서 A를 받을 순 있겠지만, 이는 성적과는 전혀 관계없이 기본적인 마인드 세팅부터가 이미 대수적 직관을 자연스럽게 가지고 있는 사람과 힘들게 공부해서 그 일부라도 얻어낸 사람은 대화를 하다보면 어느정도 구분이 된다. 본인의 경우에는 철저하게 해석적 직관을 가진 사람으로서, 대수학과 관련된 과목들은 정말 거의 울면서 공부했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석학은 널널하게 공부하고 A+, 대수학은 정말 개고생했는데도 A-에 현타가 온 기억이...) 그런가 하면, 해석학과 관련된 과목을 B를 받아도 대수학과 집합론, 수리논리 등에서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인 동기도 있었다. 그 동기는 학부생이었음에도 대학원에서 열린 수리논리 과목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를 일반인들에게 확대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전세계적으로 해석학을 전공한 사람과 대수학을 전공한 사람은 그 비율이 대충 엇비슷하다. 이처럼 의외로 수학적 직관이라는 것은 꼭 기하학적 직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어쩌면 직관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라는 것은 사실 서로 분리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지칭하는 또다른 이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대수적 직관을 가진 사람에게는, 기하적 이해없이 이어지는 명제들의 나열(이는 순전히 필자의 체감일 뿐이다)이 그들에겐 직관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 모두가 수학자가 될 수도 없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림으로 한꺼번에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더 익숙하고 편하다. 아까도 예를 들었던 도함수의 극한과 미분계수는 엄밀히 따지면 절대 같은 개념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우리는 '함수의 그래프'라 하면 매끄러운 곡선(혹은 특정 지점에서만 미분불가능한 곡선)을 떠올리기 마련이고, 이러한 곡선에서는 도함수의 극한과 미분계수는 서로 일치하는 개념이다. 이 둘은 분명 다른데, 일반적인 인식으로는 이 둘을 굳이 구분하지는 않는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은 수험 커뮤니티에서나 할 뿐. 그런 의미에서 본인은 평가원이 이 둘을 철저하게 구분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낼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둘 중 어느 것을 골라서 풀어도 유불리가 나뉘지 않는 문제를 낼 것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말한다, 아니 미분계수의 정의로 푸는게 더 쉬운데 굳이 도함수 극한을 사용하냐고. 하지만 본인은 그 풀이를 봐도 여전히 도함수의 극한을 사용하는 것이 더 쉬웠다. 둘 중 어느 풀이가 더 쉽냐 어렵냐는 순전히 본인의 주관적 판단일 뿐, 그것으로 타인을 설득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교과서도 도함수의 극한으로 풀이를 적어놓은게 있었던거 같은데.)

하지만 저런 대수적 직관은 분명 여러분들에게도 필요하다. 아까도 말했듯이, 직관적 사고와 논리적 사고는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나오는 다른 output일거라 생각한다. 즉, 직관적 사고는 논리적 사고의 발달을 통해 키울 수 있고, 그 반대도 분명 가능하다. 그리고 이 둘의 상호적인 균형발달은 사고력의 전체적인 파이를 키울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야기했어야 할 말을 지금부터 꺼내보겠다. 사실 직관이라는 것은 각자 개인의 입장에 따라 그 범위와 능력치가 모두 다르다. 신생아를 떠올려보라. 그들은 자기손이 자기의 것이라고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한 그들에게 직관이란 것이 있을까? 그들에겐 본능적인 반응이 대부분으로, 자신의 몸을 비롯한 주위의 모든 것이 학습대상이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배움의 연속이고, 성장하면서 두뇌가 커지면서 그들에게도 그들 나름의 직관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갓 언어를 뗀 3-5살의 직관은 어떠한가? 그들이 길 건너편의 부모를 보고 바로 차도로 뛰어드는 것은 그들의 직관이 거기까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직관은 다양한 감각과 경험 등이 없이는 절대 형성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직관의 사전적 정의는 분명 '감각, 경험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의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다양한 감각과 경험 등이 무의식속에 내재화가 되었을 때, 특정 문제와 상황에서 나오는 직관적 판단은 무의식에 쌓여진 그것들이 스스로 알고리즘을 돌려 수많은 검증단계를 빠르게 캐치하여 도출된 것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자신이 느끼고 경험했던 범위 안에서의 그러한 직관적 판단은 대체적으로 옳은 경우가 많다. 어떤 무리에서의 쎄한 분위기를 캐치하면, 실제로도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 않은가?

예시를 또 들어보자면, 필자의 글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본인은 바둑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바둑이야기를 좀 할텐데, TV에서 어떤 대국을 두고 해설하는 것을 보면 프로기사로 구성되는 해설하는 사람이 해설장에서 주로 하는 표현으로 '일감'이라는 것이 있는데, '일감'이라 함은 돌을 놓을 곳을 찾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수를 뜻한다.(말 그대로 첫번째 감각이란 의미) 그래서 보통 '이런 상황에서 프로기사들의 일감은 여기를 두는 것인데...'라는 문장을 한 대국에서도 꽤 자주 등장한다. 그들이 보았을 때, 곧바로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수순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일감'은 거의 대체적으로 괜찮은 수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이 누구인가? 이들은 초등학교를 들어가기 전부터 바둑을 접해서 성인이 되기까지 한평생 바둑을 공부하고 승부의 세계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프로들이다. 그들이 경험하고 공부한 수십년의 세월이 그들의 뛰어난 '일감'을 만들어낸 것이다.

사람을 예시로 들었지만, 사실 바둑AI도 마찬가지이다. 고작 100번의 연산으로 얻어진 AI들의 일감은 10만번의 연산 이후에도 대체적으로 좋은 수라고 판명한다. 그래서 AI를 1초마다 두도록 세팅(즉, 상대가 두자마자 AI가 1초만에 생각하고 두도록 세팅)하고 인간에게 무한한 시간을 주어도 인간 프로기사는 AI를 이기지를 못한다. AI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은 엄청난 학습(수억판 이상)의 딥러닝을 통해 얻어진 것이므로, AI의 일감이자 직관은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일상생활에서든 수학에서든 직관은 상당히 중요하다. 누군가는 직관을 일종의 휴리스틱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불필요한 에너지 및 시간 낭비를 줄이고 곧바로 문제해결의 지름길을 찾을 수 있는 좋은 수단인 것이다. 수능 수학에서의 '필연성'이라 함은 바로 이런 것이다. 이렇게 풀어야만 할거같은 그런 본능적인 감각. 주어진 문제를 푸는데 있어서 곧바로 그 풀이의 길이 바로 보이게 하는 그러한 직관. 단순히 그저 주어진 조건을 이리저리 조합하는 시도를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으로, 직관력이 좋은 사람이면 '이 조건과 이 조건을 이렇게 정리해서 이 조건과 합쳤을 때 답이 나올 것이다'라는 확신을 먼저 가지는 상태에서 시작한다. 문제를 푸는 것을 넘어, 문제를 관통하여 꿰뚫어보는 것이다.

이러한 직관은 개념을 철저히 공부한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단순히 문제를 많이 푸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맞힌 문제라 해도 잠시라도 버벅거렸던 부분, 틀린 문제라면 막혔던 부분을 잘 정리하여 수시로 그것을 읽고 다시 푸는, 그런 뼈를 깎는 작업을 해야 무의식에 내재화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필연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상적이라고 느껴지는가? 그건 당신의 직관이 아직 그 곳까지 미치지 못한 것일 뿐이다. 괜히 수능수학 고수들이 시험현장에서 60분 컷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수능수학에 대한 폭넓은 직관을 가졌기에,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지?'의 고민 따위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