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추적과 역추적을 동시에 한다.’의 의미가 명료하게 다가오지 않죠. 우선 ‘정추적 풀이’와 ‘역추적 풀이’를 구분하고 또 그 둘을 동시에 하는 것에 역점을 두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에 쓰여 있는 ‘머릿속에서 정추적과 역추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지’는 그냥 ‘유연하게 사고할 줄 아는 능력’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령 주어진 조건들로부터 시작하여 해설을 이끌어나가다가 막히면, 최종적으로 구해야 하는 것으로부터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보기도 하는 등 상황에 맞게 접근 방식을 바꿀 수 있는, 대처할 수 있는 그런 유연한 사고를 갖추자는 것입니다.
오히려 수학 실력을 높이고 싶으시다면 책 p231에 쓰여 있는 조언들 중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정추적, 역추적을 동시에 한다.’가 아닌 ‘머릿속에서 암산으로 풀이를 찾아놓고 펜을 들기 시작한다.’입니다. 펜을 들고 무턱대고 문제를 풀기 시작하지 마시고, 머릿속으로 먼저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계획을 세운 후에 펜을 들고 문제를 풀기 시작하는 연습을 하시면 됩니다. 질문하신 문항을 푼다고 해 봅시다.
펜을 들지 않고, 먼저 머릿속으로만 다음과 같이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두 선분 BC와 CD의 길이야.” “나는 지름의 원주각은 π/2라는 것(그러니까 나는 ∠BDC와 ∠BAC를 알고 있네?), 호/현과 원주각의 관계성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원에 내접하는 사각형의 대각의 합, 피타고라스의 정리 등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네.” “내가 구해야 하는 것은 ∠BAD인데 바로 구할 수는 없으니 ∠BAC와 ∠CAD로 쪼개서 구하거나 대각의 합이 π임을 활용하여 구할 수 있을 듯 하네.”
그렇게까지 하고 나서 펜을 들고 본인이 한 생각들 중 필요한 도구들을 선택하여 답을 구하시면 됩니다. 각을 쪼개서 구할 수도 있고, π에서 ∠BCD를 빼서 구할 수도 있겠죠.
보시면 알겠지만 정추적과 역추적 사고가 뒤죽박죽 섞여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정추적과 역추적이 동시에 일어나는 사고과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미리 생각을 하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문제를 풀기 전에 본인이 알고 있는 것들, 활용할 수 있는 개념들,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 등등을 최대한으로 다 떠올려 본 후에 본격적인 계산에 들어가는 습관을 들이시면 좋겠습니다. 정추적과 역추적이 동시에 일어나는 사고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과정입니다. 즉, 모든 문제를 풀 때마다
“문제에서는 이것들을 제공해 주었고 나는 이런 문제풀이 도구들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풀어나갈 거야” 정리 후 → 풀이 시작
을 하시는 겁니다.
p231 저자의 특강 TIP ①, ②를 자세하게 풀어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습관이 되면 풀이의 속도와 정확성이 반드시 눈에 띄게 상승할 것이니, 꼭 연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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