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들어가기에 앞서

지구과학Ⅰ 과목에서 밀란코비치 주기에 관한 내용은 기후 변화와 관련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따라서 이 칼럼에서 다루는 내용은 사실 지구과학Ⅰ의 교육과정상 목표와 맞지는 않습니다. 다만 여러 강의나 교재에서 설명하는 내용이 서로 다르거나, 언급이 안 되는 경우가 있어 학생들의 혼란을 가져오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또한 17학년도 9월 모의평가 15번 ㄷ선지와 21학년도 6월 모의평가 13번 ㄷ선지에서 이 내용을 물어보았습니다. 물론 이 문항에서는 이심률의 변화가 없으면, 지구에 1년 동안 입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양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물어보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설명할 내용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래도 그 값이 이심률과 양(+)의 상관관계인지, 음(-)의 상관관계인지, 서로 독립적인 값인지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증명하는 동안 알 수 없는 공식이 나오거나, 내용이 나와도 애초에 교육과정 내용이 아니므로 그냥 넘어가도 좋습니다. 여기서는 한 번 더 나아가서, 일반적인 행성에서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증명 과정 중에 나오는 공식의 는 단위입니다. 또한 계산의 편의를 위해 로 하겠습니다.


1. 행성의 직교 좌표 표현

타원 궤도를 공전하는 행성의 공전 궤도를 다음과 같이 중심별이 원점인 직교 좌표계에 표현해봅시다.


행성의 공전 궤도의 장반경은 이고, 행성의 공전 궤도 이심률을 이라고 합시다. 중심별과 행성 사이의 각도(진근점 이각, true anomaly5.부록 참고)라 하고, 에 따른 중심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를 라 할 때, 행성의 좌표 는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는 피타고라스 공식과 타원의 정의를 이용해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서 행성의 좌표 는 최종적으로 다음과 같이 구해집니다.


2. 행성에 입사하는 복사 에너지양

행성의 표면적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행성에 입사하는 중심별의 복사 에너지양은 행성과 중심별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합니다. 중심별로부터 떨어진 반지름이 동일한 행성에 입사하는 전체 표면적당 단위 시간당 복사 에너지양을 라고 한다면 행성의 위치에 따른 단위 시간당 입사하는 복사 에너지양 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를 에 대해 부터 까지 적분하면 행성에 공전 주기 동안 입사하는 총 복사 에너지양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행성의 공전은 케플러 제2법칙(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을 따릅니다. 즉, 행성의 를 이용해 표현한 공전 각속도 는 상수가 아닌 에 대한 함수입니다. 따라서 에 대해 부터 까지 적분하는 것이 정확한 값입니다. (이때 는 행성의 공전 주기, 지구로 따지자면 1년에 해당합니다. 케플러 제3법칙에 따라 이심률이 변화해도 행성의 공전 주기는 그대로이므로, 는 상수입니다.)


3. 행성의 공전 각속도 함수 구하기

그렇다면 이제 에 대한 함수식을 구해보도록 합시다. 먼저 행성의 편심 이각(eccentric anomaly), 평균 근점 이각(mean anomaly)이라 합시다.5.부록 참고 사이에 다음과 같은 관계식이 항상 성립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 식의 양변을 에 대해 미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때 이므로 이를 우변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케플러 방정식을 이용합시다. 케플러 방정식은 이고, 이 식이 항상 성립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위 식의 양변을 에 대해 미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때 이므로 이를 우변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이 식을 그 위의 식에 대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에 대해 미분한 것을 대입하면 에 대한 미분 방정식이 생기고 이를 풀면 에 대한 식을 구할 수 있습니다. 1. 행성의 직교 좌표 표현과 같은 조건일 때, 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는 표준 중력 변수5.부록 참고이고, 는 공전 궤도 장반경입니다. 둘 모두 시간과는 독립적인 상수입니다.

따라서 는 상수이므로, 공전 각속도 식을 다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아래의 내용은 꼭 필요한 내용은 아니지만 흥미를 위해 넣어두었습니다.]

, (타원의 반쪽만 생각), (타원 궤도)이므로 위 미분 방정식의 해를 컴퓨터를 이용해 계산한 결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위 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이므로 를 계산하면 입니다. (위의 평균 근점 이각 식에서 바로 쉽게 구할 수도 있습니다. 이 식은 케플러 제3법칙과 정확히 똑같은 얘기입니다.)

위 식을 이용하여 의 그래프를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근일점()에서 공전 각속도(접선의 기울기)가 크고, 원일점()에서 공전 각속도가 작다는 점을 확인하고 넘어갑시다. (편의를 위해 로 설정하였습니다. 실제 우리 지구에서 이므로 그래프는 거의 직선에 가깝습니다.)



4. 최종 적분하기

이제 에 대해 알게 되었으니 최종적으로 에 대해 부터 까지 적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행성의 공전 궤도는 타원 궤도로 대칭적인 모양이기 때문에, 부터 까지 적분한 것에 를 곱하면 행성의 공전 주기 동안 입사하는 총 복사 에너지양()을 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밑의 식들의 분모에서 와 나누어져 단위가 없어졌다는 것을 꼭 주의합시다!)

이때 이므로 이를 변형하면 입니다. 이때 , 이므로 이를 우변에 대입하면

입니다. 따라서 행성의 공전 주기 동안 입사하는 총 복사 에너지양()은 이심률()이 커질수록 많아집니다.


5. 부록

① 세 가지 궤도 요소

진근점 이각(true anomaly), 편심 이각(eccentric anomaly), 평균 근점 이각(mean anomaly)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자 합니다. 세 요소는 궤도상의 물체의 위치를 표현하기 위한 것입니다. 진근점 이각은 위의 1. 행성의 직교 좌표 표현에서 나온 그림의 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편심 이각()은 다음 그림을 보고 이해합시다. 타원 궤도상의 물체를 원 궤도상의 각도로 변환한다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평균 근점 이각은 타원 궤도상의 물체의 공전 주기를 유지하면서 원 궤도로 물체를 옮겼다고 했을 때, 물체와 근일점 사이의 각도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원과 타원은 서로 장반경이 다르므로 당연히 공전 주기가 다릅니다. 이해가 쉽도록 원을 확대해서 그린 것입니다. 이 그림에서만 둘의 공전 주기가 같다고 생각하고, ‘각도’에 집중해서 그림을 이해해봅시다.)


따라서 평균 근점 이각은 어느 물체와 동일한 공전 궤도 장반경을 가지는, 원 궤도를 공전하는 또 다른 물체의 진근점 이각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원 궤도 공전은 등속력 운동이므로 평균 근점 이각은 시간과 선형적인 관계를 갖습니다. 이때 비례 상수는 인데, 는 중력 상수, 은 중심체(태양)와 물체의 질량 합입니다. 는 물체의 공전 궤도 장반경입니다.

이 세 가지 요소는 서로 밀접한 연관을 갖고, 당연하지만 이심률도 여기에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이를 수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증명 과정에 사용하였습니다.


② 지구에 1년 동안 입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양 실제 계산

한번 실제로 우리 지구에 1년 동안 입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양을 계산해봅시다. 구해야 하는 물리량을 구한 후에 마지막에 도출된 공식에 대입하여 계산해봅시다.

우리가 아는 값은 , , , 이고, 는 직접 구해야 합니다. 먼저 부터 구해보도록 합시다. 의 정의를 다시 보면, 지구에 입사하는 전체 표면적당 단위 시간당 태양 복사 에너지양입니다. 태양에서 복사 에너지가 방출되면, 태양을 중심으로 모든 방향으로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따라서 역제곱 법칙을 이용하면, 태양으로부터 만큼 떨어진 지점들에 도달한 총 에너지양을 구할 수 있습니다. 태양으로부터 만큼 떨어진 지점들은, 구의 정의에 의해 반지름이 인 구 모양이 됩니다. 그럼 태양으로부터 만큼 떨어진 지점에 도달한 단위 면적당 태양 복사 에너지양은 그 구의 겉넓이만큼을 아까 구한 총 에너지양에 나눠주면 됩니다. (결국 태양 상수를 구한다는 뜻입니다.) 

는 단위 면적당이 아닌, 전체 표면적당이므로 여기에 지구의 단면적을 곱해줍시다. 지구의 반지름을 라 합시다. 그렇다면 입니다. (는 태양 상수입니다.)

태양의 광도를 이라고 하면, 입니다. 위에서 말한 방법대로 쭉 계산해봅시다. (단위에 주의하세요.)

이제 실제 숫자를 넣어 계산합시다.

이제 를 구해봅시다. 이므로 중력 상수 와 태양과 지구의 질량만 알면 됩니다. 이는 알려져 있는 값이므로 바로 계산하겠습니다. 지구 질량은 태양 질량에 비해 굉장히 작으므로 편의를 위해 무시하겠습니다.

이제 모든 값을 넣고 계산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따라서 지구에 1년 동안 입사하는 전체 표면적당 태양 복사 에너지양은 약 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원자력, 석탄, 가스 등을 이용해 발전한 총 에너지양이 라고 합니다. 이를 로 환산하면 약 입니다. 이는 1년 동안 태양에서 방출돼서 우리 지구까지 도달한 양의 겨우 270만 분의 1밖에 안되는군요! 또한 2018년 전 세계에서 1년 동안 발전한 총 에너지양이 라고 합니다. 이를 로 환산하면 약  입니다. 모든 인류가 1년 동안 열심히 발전한 양이 1년 동안 태양에서 방출돼서 우리 지구까지 도달한 양의 겨우 10000분의 1밖에 되지 않네요!


③ 케플러 제2법칙을 이용한 증명

한번 또다른 방법으로도 증명해볼까요? 앞서 소개한 증명 방법에 비해서 약간의 물리학적 고급 지식이 필요합니다. 또한 위에서 정의한 식 등을 설명 없이 그대로 쓸 예정이니 위의 내용을 한번 읽고 오시기 바랍니다.

 

극좌표계를 이용해서, 행성의 위치 벡터를 라고 하고, 만큼의 굉장히 작은 시간 동안 행성과 중심별 사이를 잇는 선분이 쓸고 지나간 면적을 라고 합시다. 그러면 면적 속도인 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이때 에 대해 한번 미분해봅시다. 인데, 같은 벡터를 외적하면 당연히 영벡터이고, 행성의 위치 벡터와 가속도 벡터는 서로 평행하기 때문에(그 유명한 는 다들 아시죠?), 역시 서로 외적하면 영벡터입니다. 따라서 구하는 값은 이고, 는 시간 에 대한 상수입니다. 그러므로 면적 속도 는 시간과 무관하게 일정합니다. (케플러 제2법칙을 증명하였습니다.)

그러면 면적 속도는 시간과 무관하므로 면적 속도에 행성의 공전 주기인 를 곱해주면 행성의 공전 궤도의 면적과 동일하겠군요! 타원의 면적 공식을 이용해 계산하면 행성의 공전 궤도의 면적은 입니다. 위의 를 편의상 라고 하면, 앞서 말한 내용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때 는 단위 벡터를 이용하여 계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관계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를 계산해봅시다. 큰 틀은 같습니다. 에 대해 부터 까지 적분합시다.

이므로

입니다. 역시 동일한 결과가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