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루카스라는 유투버가 요즘 여러 곳에서 언급이 많이 되고 있습니다.

전 이분 유튜브를 과거 구독자 2~3만 정도때부터 알고리즘에 올라와서 재밌게(?) 봤었습니다.

처음 봤을 때 이분 성공하겠다... 라고 처음에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유명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요즘 차가운 자본주의 라는 책을 쓰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가장 큰 논란은 과연 이분이 자본주의를 비롯 경제를 거론할만한 자격이 되는가?

이러한 사람이 잘되다니 세상 큰일난거 아닌가?

와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분의 이력이 고졸이니 무용과니 이런 이야기도 나오고,

베스트셀러 저자가 된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입니다.


이런 논란 글을 보면서 저는 두번째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분 이제 더 성공하시겠구나...


사람들이 주로 이분을 욕하는 요지는 그렇습니다.

"당신보다 내가 더 똑똑한거 같은데?"

입니다. 물론, 이 분의 책 내용에서 잘못되거나 과장된 부분을 일부 지적하는 글들도 많이 있는데,

그 글들의 내면에는 역시 은근히 "나는 너보다 더 배웠기 때문에..."가 기저에 깔려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까운 현실일지 모르나, 우리 사회에서 "진짜 전문가"는 대중 앞에 나서지를 않습니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살펴보며 왜 윤루카스님이 성공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자격 논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대신하려 합니다.


1. (사회과학) 전문가일수록 한 가지 주장을 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전문가일수록 보통 한 가지 주장을 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예를 들어, 자유와 평등 중에 정답이 있는가? 와 같은 질문은 공부를 하면 할수록 미궁으로 빠져드는 질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최저임금은 얼마가 적절한가? 와 같은 질문 역시도 어려운 질문입니다.

또 입시에서도, 가장 좋은 수학 공부법은? 과 같은 질문에 대해 특정 주장을 하는 것을 대단히 두려워합니다.

이러한 질문들은 대체로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이것이 정답이고, 저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저게 정답인 경우가 많습니다.

또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이런 지적 저런 지적을 몇 번 받다보면 세상에는 정답이 없다는 식으로 가치관이 바뀌게 됩니다.

결국 그렇게 되면, "니가 그렇게 떠드는 데에는 이유가 있겠지"와 같은 식으로 생각이 바뀌게 됩니다.

어떤 주장에 비판하기도, 옹호하기도 어려워지며 내 생각이 있다 하더라도 함부로 꺼내기가 어려워지는 것입니다.


2. 대중들은 예외 사항에 대한 피로감을 느끼지만, 전문가는 예외 사항을 강조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전문가들은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에도 항상 반대편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야기합니다.

"자유가 평등보다 더 좋은 가치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아닐 수도 있다" 라는 식으로 계속 말이 길어집니다.

말이 길어지다보면 자신의 주장은 흐려지지만 보다 정답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고등학교 확률과 통계 시간에 통계적 추정을 배우는데 거기서 신뢰구간 개념이 나옵니다만,

지금은 많은 수험생들이 배우지는 않지만 통계적 추정에서 %가 높은 신뢰구간일수록 구간의 길이가 길어집니다.

모든 범주를 포괄하는 이야기를 하면 그 말이 맞는 말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맞는말을 하기 위해 모든 범주를 다 포괄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대중들은 대체로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사안에 있어 대중들은 대체로 다수의 입장에 속하므로, 소수의 입장이 다수에게 불편한 경우를 많이 겪어왔습니다.

단순히 말로만 겪어온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까지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전장연 지하철 시위라던지, 이런거 찾으면 100개도 더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대중들은 80:20으로 갈리는 사안은 80의 입장을 말해주는 것을 원합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80:20으로 갈리는 사안에서 20을 이야기하는 것을 빼먹지 않으며,

좀더 심각한 경우 80과 20을 동등한 수준에서 프레임으로 나누어 유형 1 유형 2 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합니다.


"미분가능한 함수 f(x)의 도함수 f'(x)는 연속함수이다" 라는 것이 대중들이 듣고싶어하는 말인데,

전문가들은 "f'(x)가 대체로 연속이지만..." 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며,

심지어 "f'(x)는 연속이라는 언급은 수학 학습을 저해하는~" 과 같은 워딩으로 도함수의 연속성을 미분가능성과 무관함을 강조하거나,

아예 언급하지 않는 쪽을 선호하기도 합니다.

전문가들은 어쩌면 논문 통과를 위해서 예외적 상황을 강조하려는 버릇이 생겨났을 지도 모릅니다.


3. 전문가들은 그들이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대중이 원하는 것을 모르거나 겪어보지 못하게 된다.

또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중이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지 잘 모릅니다. 

다른 전문가 집단이 어떤 이야기를 원하는지만 잘 압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돈을 벌어본 적이 없습니다. (공대는 제외?)

돈을 벌면 대부분은 전문가가 될 수 없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 돈을 버는 것에 몰두해야 하는데,

그것이 전문가가 되는데에 걸리는 시간을 더 소요하게 만들면서,

예비 대가들과의 장기간의 경쟁에서 밀려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전문가가 된 사람들은 성공한 사업가들이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인간의 욕망을 잘 이해하지 못합니다.


보통 교육학 논문에서도 교육 수요자의 성공 욕망에 의한 학습의 몰입이나 이와 관련된 내용을 이야기하는 것을 극도로 터부시하거나 과소평가합니다.

그냥 오로지 내적 동기에 의한 학습 목표를 달성하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아마 경제학에서는 그래도 인간의 욕망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것 역시 어떤 학문의 공리를 위해 쓰이는 느낌에 가깝고 지나치게 단편적일 뿐, (ex: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등등)

디테일한 인간의 욕망과 그것이 경제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학문의 논리 완성을 위해 실제를 전부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부분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는 식으로 해석할 수도 있으나,

결국 "나는 전문가가 될테야!"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사람들은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것에 감동을 느끼고 그 견해에 동조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그런 사람들만 모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꼭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구축해놓은 학문은 그 어떤것도 아름답고 놀라우며 그만의 철학과 해석 방식이 존재하며,

저도 죽기전까지 모든 분야를 다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차 있습니다.

다만 그것이 대중이 원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는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4. 전문가들은 나보다 못한 전문가보다 더 높은 수준의 학습자와 교류하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것은 모두의 욕망이기도 합니다.

학원에서 일해보면 흔히 알 수 있는데, 원장이 제일 높은 학년을 가르치거나 제일 잘가르치는 소수를 가르치며,

새끼강사는 가장 낮은 학년, 못하는 학생을 가르칩니다.

교수들도 훌륭한 학생을 가르치는 것을 즐거워하며, 공부에 흥미가 없는 학생에게 별로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대중 앞에서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대체로 낮게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학자 하디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전문적인 수학자가 수학에 대한 글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는 것은 우울한 경험이다."

"정치가가 정치 기자들을 경멸하고 예술가가 미술 평론가들을 혐오하는 것처럼 생리학자, 물리학자, 수학자들도 대개 비슷한 감정을 품고 있다."

"창조하는 사람이 해설하는 사람에 대해 갖는 경멸감은 무엇보다 의미심장하고 명백히 정당한 것이다. 설명이나 비평, 평론 등은 이류급 인간들이 하는 일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같이 생각하며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5. "학위(또는 전문성)를 적재적소에 활용한"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위나 전문성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면서 대중 앞에 다가간 사람들이 있습니다.

"경제를 전공한" 슈카월드라던가,

"건설을 전공한" 부읽남이라던가,

"수학을 전공한" 현우진이라던가,

각 분야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이들의 학위는 사실은 "오로지" 대중에게 신뢰를 주는 도구로만 사용됩니다.

슈카월드, 부읽남, 현우진 등등 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지만,

세상에 잘 찾아보면 이분들보다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중요치 않습니다. 

"xxx를 전공한" 이라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타나 성공한 사람들은 사실은 남들은 모르는 것을 이미 다 알아서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학위 및 전문성은 어떤 증명서일 뿐이고, 그들 역시 방송이나 촬영 전에 비전공자와 다르지 않게 끊임없이 공부하고 준비합니다.

아니, 준비(해야만) 합니다.

그들이 지식이나 학위를 쌓아온 과정은 지금 세상에서 사람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는 것을 공부하지는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대중 앞에 보이는 전문가적 모습에 분명 그들의 이력 가운데의 경험이 영향을 주긴 주었겠지만,

실제로 그다지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과 출신이면 수학을 대체로 더 잘하기는 하지만,

수학의 모든 분야를 잘 안다고 볼 수 없으며, (교수들조차도 그럴 것입니다)

특히나 입시 수학은 더 괴리가 있을 것입니다.

주식 부동산 등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제학자라고 주식을 잘하지 않으며, 부동산학자들이 부동산 투자를 잘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전공은 그들의 정보 제시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윤루카스의 책이 많이 팔리고 구독자가 많은 것이 전혀 이상한 현상이 아니며,

비판받을 현상도 아닙니다.

전문가보다 경제학을 더 모를수는 있겠지만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고 경험하큰 실제는 전문가보다 더 많이 알수도 있습니다.

그냥 더 배운 분들이 덜 배운 사람 돈 많이 버는거 보기 싫어서 비판하는 거라고 잘라서 이야기해도 그리 틀린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냥 경제학 박사가 같은 주장을 했으면 "개소리지만 대중을 위해 타협했구나" 라고 칭찬받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럴일은 일어나지 않을겁니다. 또 막상 나타나도 대중들은 관심도 안둘 겁니다.


이런 세상이 어떤 관점에서는 안타까울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것을 지향해야 하지 않나 싶은게 제 생각이지만,

뭐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개개인의 사상과 생각으로 남겨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다만 수험생으로 미래의 어떤 전문가를 꿈꾸거나 혹은 사업가를 꿈꾼다면,

지금의 이야기는 한번쯤 고민해볼만한 내용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제누스의 성장을 위해 다소 자극적이고 단정적으로 글을 쓰는 점은 양해 부탁드립니다 ㅎㅎ